선풍기 버튼 디자인에 대하여

2025. 5. 14. 14:11회고

최근에 목욕을 하고 싶어서 자주 들리는 사우나에 방문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서 머리카락을 말리기 위해서 드라이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화장대에는 드라이기, 스킨, 로션 등의 사우나에서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는 화장품들이 있었다. 나는 드라이기를 들어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는데, 왼쪽에 선풍기가 있었다. 아마 손님들이 선풍기를 사용해서 머리카락만이 아니라 몸 전체적으로 남아있는 물기를 말리라고 비치한 것일 것이다.

 

나는 선풍기를 켜서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내기 위해서 선풍기의 버튼에 손을 가져다 되었지만 선풍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풍기의 어떤 버튼이 바람을 나오게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니 무슨 선풍기 하나 못트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쉽지 않다. 선풍기의 버튼들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굉장히 달랐다. 우선은 버튼이 4~5개 정도 있었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계식 버튼이 아닌 버튼을 누르면 빨간불이 들어오는 정전식 터치 버튼 종류였다. 거기다가 사우나에서 오래 비치해둔 탓인지 버튼들의 이름들은 때가 타서 지워져 버렸고 어떤 모양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때 미처 사진을 찍어두지는 못하였고 인터넷에서 비슷한 모델을 검색하였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다음 사진에 나와있는 선풍기 버튼 디자인과 비슷하였다.

 

위 선풍기 사진을 기준으로 보면 꽤나 많은 기능이 있다. 심지어 일반적인 선풍기에는 찾아볼 수 없는 바람 종류 기능까지 있다. 내가 사우나에서 본 선풍기도 위 사진에 있는 선풍기처럼 버튼을 누르면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현재 실행 상태를 알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사우나에서 본 선풍기는 타이머, 풍속과 같은 기능 이름도 적혀져 있지 않았고 버튼의 모양조차도 때가 타서 지워져 있었다. 결국에는 그 선풍기는 이름도, 모양도 없는 버튼들만 있는 선풍기가 되었다.

 

그날 결국에는 선풍기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머리카락만 말리고 나서 사우나를 나왔다. 사우나를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선풍기의 디자인이 저렇게 복잡해야 할 일인가?" 라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사우나에 비치되어 있는 선풍기의 목적은 하루종일 틀어놓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잠깐 몸의 물기를 말리기 위해서 틀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우나에 비치되어 고정된 방향을 바라보며 바람만 나오면 되는 선풍기에게 회전 기능이나 타이머 기능은 아예 없어도 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 처럼 남자들은 바람 종류까지 따지면서 몸을 말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우나에 있는 선풍기의 필요한 기능은 버튼을 누르면 바로 꺼지는 OFF 버튼과 바람의 세기를 정하는 버튼 정도만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선풍기는 아마 다음 사진에 나와있는 선풍기 같을 것이다.

 

 

위 사진의 선풍기 버튼 디자인을 보면 매우 깔끔하고 버튼도 많이 없는 것을 볼수 있다. 버튼은 4개이지만 4개중에서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해당 버튼이 눌리고, 기존 눌러져 있는 버튼이 있다면 올라오는 방식이다. 사실 타이머 같은 기능은 사우나에는 필요없지만 요즘의 대부분 선풍기에는 타이머 기능이 있으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만약 처음 본 사람이 이 타이머 디자인을 봤을때 어떤 설명이 없어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이것이 타이머 기능일 것이라고 쉽게 유추할 것이다. 설령 사용자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제품 특성상 반시계 방향으로는 돌리지는 못한다. 나는 이러한 제약을 좋아한다. 사실 타이머에 대해서 구구절절 작성할 생각은 없어지만 이전 선풍기 사진과 현재 선풍기 사진을 비교했을때 타이머 버튼이 다른 기능 버튼들과 형태(이전 선풍기는 다른 기능과 동일한 버튼식, 현재 설명하는 타이머 버튼은 다이얼식)가 달라서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전 선풍기 디자인 같은 경우네는 타이머 버튼이 다른 버튼과 비슷해서 사용자의 복잡도를 높이기 때문에 비교하기 위해서 타이머 비교에 대해서 작성하였다.

 

선풍기의 풍속 버튼들을 보면 매우 간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에서의 선풍기 디자인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의 선풍기 풍속 버튼 디자인을 보면 저렇게 위와 같이 4개의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사용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가장 왼쪽이 정지 버튼이고 가장 오른쪽이 풍속이 강한 버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선풍기의 버튼은 4개지만 결국에는 추상화적 관점에서 보면 풍속의 세기를 조절하는 기능이라는 1가지 기능이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그룹으로서 인식하게 된다.

 

버튼은 4개이지만 하나의 그룹으로써 기능한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4개의 버튼 중에서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다른 기능은 OFF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미풍 버튼을 눌러서 선풍기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나서 사용자가 풍속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좀더 강한 풍속으로 선풍기를 쐬고 싶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용자는 미풍 버튼이 눌러져 있는 상태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강풍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바로 강풍 버튼을 누를 것이다. 왜냐하면 강풍 버튼을 누르게 되면 내부적으로 기계가 동작하여 강풍 버튼이 눌리게 되고 눌러져 있는 미풍 버튼은 올라오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기능 디자인이 너무 좋다. 사용자는 버튼의 상태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되기 때문이다. 어떤 선풍기 버튼 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풍속이 동작한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타이머 버튼을 눌러야지 동작하는 것도 있다. 이는 기계 내부적으로 풍속 기능이 동작하고 있는지 기억하고 타이머 기능을 실행할지 안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시스템의 복잡도를 증가시키고 사용자 또한 원하는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볼 것이다. 예를 들어 위 사진에 나와있는 정전식 터치 버튼 방식 같은 경우에는 미풍에서 최고 강풍으로 세기를 결정하기 위해서 같은 버튼을 3번정도 눌러야 할 것이다.

 

위 설명에서 단순한 기능의 선풍기에 위대함에 대해서 구구절절 작성하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내가 단순한 기능의 선풍기를 원했던 이유는 사우나라는 장소에 있엇기 때문이었다. 위에서도 한번 작성하였지만 사우나라는 장소에서 사용자가 단순히 고정된 바람 방향으로 짧은 시간 동안 몸의 물기를 말리기 위해서는 많은 기능들이 포함된 정전식 터치 버튼 선풍기보다는 단순한 기능의 선풍기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기능의 선풍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제품의 사용 장소와 환경, 사용자의 목적 같은 것들을 복합적으로 따졌을때 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선풍기가 침실과 같은 곳에 배치된다고 생각하였을 때 더운 여름날 냉방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타이머와 같은 기능이 포함된 선풍기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러한 선풍기에 대한 경험은 내가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정확히는 프론트 개발자가 아닌 서버 처리를 구현하는 백엔드 개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프론트 개발자는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UI 개발을 수행하고 백엔드 개발자(서버 개발)는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서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서버 개발 관점에서 대표적으로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처리 속도일 것이다. 서버 관점에서 동시에 여러개의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처리 속도가 빠를 수록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버 개발 관점에서만 신경써서 구현하다보면 사용자의 경험 및 복잡도를 생각하지 않고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리 속도와 효율적인 리소스 사용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극도로 치우치게 되면 사용자에게 어쩔 수 없이 높은 복잡도를 요구하게 되어 좋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례가 맞는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표적인 사례는 프렌차이즈에 구비된 키오스크가 있다. 서버의 입장에서는 처리하고자 하는 음식 및 옵션 등을 한꺼번에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 속도도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몇 페이지로 구성되어 메뉴와 복잡한 옵션 선택, 결제 방법 등을 겨우 거쳐서 요청하게 된다.

 

위와 같은 키오스크 사례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서버 개발자의 관점에서 처리 속도와 리소스의 효율적인 사용도 좋지만 만약에 이 기준들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 최종 사용자들의 복잡도를 증가시킨다면 그것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각은 트레이드 오프인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 근거있는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서버 개발시 단순히 서버만의 관점만이 아닌 서버와 연결된 제품의 환경과 장소, 사용자의 목적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리

- 제품의 장소와 환경,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서 단순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 더 효율적일수 있다.

- 서버 개발시 서버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최종적인 사용자를 생각하여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최종 사용자를 생각한 근거들은 트레이드 오프와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위한 이유있는 근거가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neAnts 프로젝트 회고  (0) 2023.11.06
사과마켓 프로젝트 회고  (0) 2023.10.09
TodoList 프로젝트 회고  (0) 2023.07.22